[편집자주] 매년 새로 쏟아지는 책은 6만 2865종(2023년 기준). 모든 책을 읽어볼 수 없는 당신에게 머니투데이가 먼저 읽고 추천해 드립니다. 경제와 세계 정세, 과학과 문학까지 책 속 넓은 세상을 한 발 빠르게 만나보세요. /사진 = 김영사 제공 '젊게 산다'는 칭찬이지만 젊은 세대를 뜻하는 'MZ스럽다'는 칭찬이 아니다. 되레 비난에 가깝다.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누리려는 일부 직장인들을 질책할 때도 "저 친구는 MZ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직장에서 MZ세대는 주홍글씨다.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의 설문조사에서는 갈등 요인 1위로 'MZ세대와의 갈등'이 꼽혔다. 성희롱·성차별보다 많다. '미세공격 주의보'의 저자 남대희 전 삼성화재 부사장은 직장 내 '미세공격'이 이들의 의욕을 꺾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가 규정하는 미세공격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상대를 미묘하게 깎아내리는 행동과 말이다. 직장 내 권력을 쥔 기성세대가 젊은층, 여성, 약자에게 가하기 쉽다. 미세공격의 피해자는 의욕을 잃고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린다.이같은 이해 없이 무조건적으로 MZ세대의 요구를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하며 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이들의 절망은 당연한 수순이다. 저자에 따르면 MZ세대라도 일을 잘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립되고 폐쇄적인 조직에 실망해 이들은 돈 외의 다른 영역에서는 이미 비전을 상실했을 뿐이다. 그 결과 워라밸(일과 업무의 균형)과 보상만을 요구하는 '조용한 퇴사' 상태에 이르렀다. 세대 간 갈등은 끊임없이 되풀이돼 왔지만 MZ세대를 겨냥하는 시선은 어느 때보다 가혹하다. '깐깐하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가 융통성과 인내를 대표한다면 MZ세대는 객관적인 팩트와 데이터를 숭상하는 합리성을 대표한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견뎌 높은 자리에 오른 기성세대에게 MZ세대가 고울 리 없다. 정당한 업무지시에도 "왜요"를 부르짖는 그들에게 '후임에게 손동준 국민일보 기자가 14일 경기도 자택에서 퇴근후 성경 필사를 하고 있다. 손 기자 아내 제공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자 잊고 있던 감각이 깨어났다. 고난주간을 맞아 14일 하루 동안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했다. 목표는 단순히 끊는 데 있지 않았다. 중요한 건 비워낸 시간에 무엇을 채우느냐다. SNS, 영상, 이미지 콘텐츠를 멀리하고 성경 필사, 찬양, 책 읽기, 달리기로 하루를 채웠다.하루의 시작도 달랐다. 평소엔 커피머신 버튼 하나로 마시던 커피를 이날만큼은 드립으로 내렸다. 물 끓는 소리와 커피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이상하게 차분했다. 향도 평소보다 향긋한 것 같았다. 기분 탓이겠지만 나쁘지 않았다. 국민일보 손동준 기자가 14일 커피를 제조하고 있다. 손 기자 아내 제공 이번 디지털 디톡스의 핵심은 성경 필사. 손글씨로 적을 성경 본문은 신약 빌립보서를 골랐다. 감옥에 갇힌 바울이 쓴 짧은 서신이다.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도 바울 사도는 “항상 기뻐하라”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기도하라”고 권면한다. 고난을 묵상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본문이었다.성경은 대한성서공회가 지난해 펴낸 새한글성경을 골랐다. 다음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설계된 성경으로 현대어를 사용하고 긴 문장을 짧게 나눴다. 문장이 간결하니 본문의 메시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빌립보서에서 가장 잘 알려진 구절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는 “나에게 능력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로 번역된 점이 인상 깊었다.한 줄 한 줄 손으로 옮겨 쓰는 동안, 평소에는 스쳐 지나가던 구절들이 더 깊이 들어왔다. 필사에는 총 5시간이 걸렸다. 손글씨가 익숙하지 않아 시간이 더 걸렸고 펜을 쥔 손가락 관절이 아팠다. 쉬는 틈마다 습관처럼 손이 스마트폰을 향했다. ‘중독’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미국정신의학회는 중독을 ‘조절 실패, 금단 증상, 해로운 결과에도 지속하는 사용, 그리고 일상 기능 저하가 동반된 행동장애’로 정의한다. 손동준 국민일보 기자의 스마트폰 '스크린 타임' 기능에 나타난 지난 7일 스마트폰 사용 시간. 스마트폰의 ‘스크린 타임’ 기능을 살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