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가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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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fht43oso 조회1회 작성일 25-06-07 13:18본문
영화 ‘내가 누워 있을 때’ 스틸컷. 배급사 제공 최정문 감독의 ‘내가 누워 있을 때’(2025)는 ‘선아’(정지인)와 그녀의 사촌 동생 ‘지수’(오우리) 그리고 지수의 친구 ‘보미’(박보람)가 차례로 잠자리에 눕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각자의 고단한 하루를 보낸 뒤에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지만 쉬이 잠들지 못한다. 침대에 눕기 전 문 쪽을 바라보고 더 단단하게 걸어 잠근다. 혹은 소파에 누운 채 보던 티브이(TV)를 끄고 자려 하지만 이내 다시 티브이를 켜고는 어둠을 물린다. 일상의 불안함은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집 안에서의 취침 시간마저 잠식해 들어온다. 여성들을 향한 남성의 묻지 마 폭행과 데이트 폭력에 대한 뉴스가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그들이 머물고 버티는 직장과 학교, 거리 같은 공적인 공간들에서 마주하는 남성들은 그들을 업신여기고 심지어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유독한 남성들에 둘러싸여 보낸 하루의 무거운 공기가 집 안까지 스며든다.선아와 지수, 보미에게는 각자의 애착 대상들이 있지만 남성 중심 사회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것으로, 혹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된다.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선아는 신입사원 시절, 남자 직원들의 무시 속에서 한달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한 경험을 잊을 수 없어 성공을 위해 더 발버둥 친다. 그 과정에서 차장인 ‘해수’(김주헌)에게 성적으로 매력을 어필해 동료의 프로젝트를 가로챘다며 꽃뱀 취급을 당한다. 한편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한 지수는 고등학생 시절, 혐오와 편견의 시선 때문에 실패한 사랑과 여전히 씨름 중이다. 보미는 무책임한 남자친구에 의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곧바로 사산한 딸아이의 환영에 시달린다. 모두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남성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끌어안고 겨우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이들은 과거에 붙들린 채 쉬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기보다는 미련이 남은 과거를 자꾸만 돌아본다. 그들이 사로잡혀 있는 부정적 감정은 패배감, 열등감, 우울, 외로움, 비통, 절망, 수치심 등으로 뒤얽혀 있다. 그것은 ‘뒤처짐’으로 포괄할 수 있다. 뒤처져 있는 상태는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치명적이다. 대신, 천천히 주저하며 걸어가는 만큼 다른 뒤처진 이들과 발맞춰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객들이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2025.06.05. kmn@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임채영 인턴기자 = "이렇게 아픈 가슴은 전쟁은 없어야죠. 내 생애에도 없어야 하고 우리 후손에게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지난 5일 제70회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찾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이날 현충원에는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온 영유아부터 군인, 가족 단위, 고령층 전우회 등 남녀노소가 전시실을 구경하거나 참배하기 위해 묘비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을 보였다.6·25전쟁에 참전해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장순자(75)씨는 4~5살 무렵이었던 어린 시절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쏟아진다고 했다.그는 "아버지 얼굴도 잘 모르지만 '어쩌다 나를 두고 돌아가셨을까'했는데 나이를 먹으니 그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세상 살면서 생각하니까 더 마음의 상처가 깊어졌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아버지가)휴가를 한번 왔는데 쪽박 모자를 쓰고 총을 메고 왔었다"며 "목포 역전에서 나를 안고 뽀뽀해 주던 게 생각이 난다"고 떠올렸다.장씨에게 현충일의 의미를 묻자 "6·25전쟁은 나라의 비극적인 전쟁이었지만 우리에게도 상처가 크다"며 "부모를 잃은 사람도 많았다"고 했다. 이어 "내 세대나 후세에나 절대 전쟁은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죽마고우였던 친구가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또 다른 참배객 경영진(70)씨는 "나보다 한 살 덜 먹었는데 엄청 친한 친구였다"고 추억했다.그는 "현충일 당일은 난리도 아니라서 조용할 때 미리 와서 친구한테 인사하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렇게 현충일에 추모하는 게 없어지면 안 된다"며 "영원히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월남전 유공자인 두 친구를 보러왔다는 박상우(78)씨는 "오면 마음이 편안하고 안 오면 찝찝한 느낌이 있다"며 "심심하고 보고 싶을 때 한 번씩 왔다 간다"고 했다. 또 "생사고락을 함께 했으니까 그립고 보고 싶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객이 묘역에 절하고 있다. 20